'나' 이야기/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냐면요

나의 진로에 대한 고민 . 과선택 .

infantdoc 2022. 2. 22. 10:30

사실 이렇게 자세히 쓰면 내 신원(?)이 바로 드러날 것 같긴 하지만.. 뭐

괜찮다.

 

2020년 2월 의사 면허를 따고, 2020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대학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우리 병원은 인턴 시절이 엄청나게 죽을만큼 힘든 과정이 아니다. 물론 힘들긴 하지만! 어마어마한 다른 병원 로딩에 비하면

그나마.. 편한 축에 속해서 나름 재밌게 (?) 했던 것 같다. 단 하나만 빼면..

블로그 저~ 밑에도 보면 진로 고민에 대한 것을 본3때쯤 썼던 것 같은데

나는 본과 3학년에는 본과 4학년 쯤 되면 내가 무슨 과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본4때는 인턴때는 알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인턴 지원할때는 대부분 지원과를 정하고 지원하게 된다.

각 병원별로 한정된 레지던트 TO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병원에는 내과 10명 외과 4명 재활의학과 1명 정형외과 2명 등...

이것에 맞춰서 내가 원하는 과에 내가 경쟁해서 들어갈 수 있겠다! 싶으면 대개 그 병원에 지원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정해야만(?) 했다.

 

나도 참 답답했다. 한번도 의사라는 직업이 나랑 맞지 않는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그럼 무슨 과를 할거니?

하면 딱히 엄청나게 아! 이 과를 너무나 하고 싶어! 하는 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생각했던건,

나는 환자를 보고 싶다. 수술과는 너무 싫다. 수술방은 나랑 너무 안맞다...!

정도였고 사실 남는 과는 별로 많지 않았다.

일단 수술과들.. 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다 빠지고,

 

내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피부과 정도..?

 

사실 여자 동기들에게 현재 가장 인기있는 과는 영상의학과나 마취과였다. QOL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정말... 너무나도 안맞았다. 정말 시켜준다고해도 절대 못할 것 같았다. 인기 많은 이유도 알겠고 각자 과는 정말 존중할 만큼 다 멋있다. 여기서는 나랑 맞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학생때 영상의학과 2주 실습을 돌면서 어두컴컴한 판독실을 이곳저곳 다니는데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사람을 만나고 말을 하고 싶은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마취과는 .. 일단 나는 수술방이 너무 싫고, 수술방에서 사는 건 싫었다. 그리고 환자랑 이야기할 일이 없다. 사실 환자에 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런 부분에서 두 과 모두 큰 장점이지만,,,  나는 지금도 물론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상처받은 적이 꽤 있고 힘든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환자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 혹여나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라도 ..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 그래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주치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외래 베이스로 보는 과 자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정의학과는  환자의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외래 베이스인 점에서 나랑 너무나!! 잘맞았지만, 전문적인 그런 부분에서 (내 기준으로는) 전문성이 조금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활은 너무 Chronic하게 안좋은 환자들이 많고 (장기입원) 그리고 내 기준으로는 환자들이 좋아지는지 사실 잘 알수가 없고.. 그런 부분에서 무기력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은건? 내과와 피부과. 

 

사실 우리병원 내과는 경쟁없이 들어갈 수 있었고, 내과는 생사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과에 비해 훨씬 힘들고 그렇기에 꺼리는 과이기도 하다. 나또한 그랬다. 무섭고.. 재밌을것 같기는 한데 나의 실수로 환자가 잘못되지는 않을지 하는 무서움이 컸고, 아니 사실

내 성적이 아까웠다. 물론 엄청 뛰어나게 수재였던건 절대 아니지만.. 졸업하면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다. 그리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뭔가 마이너 피부과 한다고하면 간지(?) 나니까.. 그리고 딱히 나랑 그렇게 안맞는다고 느끼는 부분은 없었으니, 남들이 좋다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하고 지원했다. 

 

이게 잘못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피부과는 경쟁과였고 1년 내내 경쟁해야만 했다. 사실 별거 아니다. 그냥 인턴생활 열심히 하면 된다. 그렇지만 나는 남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려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부담이었고, 마음 편하게 인턴생활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내가 이 과를 정말 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밤에 불려와서 병리 슬라이드 정리나 논문 엑셀파일 정리들을 하고.. 아니 예비 1년차도 아니고 아직 경쟁하는 사람인데 엄연한 갑질이다. 심지어 택배 부치는 심부름까지 하고 ㅋㅋㅋㅋ아 지금 생각해보면 더 어이가 없다. 심지어 뭐 해달라는 일이 있어서 갔더니 교수님 눈에 안띄게 다른 외래방에 들어가있으라고 하기까지 했다. 하..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하는지 나는 정말 이 과가 그렇게 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 그리고 병리 슬라이드 정리하고 현미경 보는 것이 중요한 일 중에 하나라는 것도 알게되고 나는 현미경 보고 싶지 않은데.. 피부병변 치료는 다 스테로이드고,, 나는 그저 슈퍼 을 중에서도 을에 속하고 아무튼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내가 그 과를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어서 비롯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말 하고 싶었다면, 그리고 다른 친구들을 보아도 자기가 그 과를 정말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이런 갑질(?)에 별로 불만을 갖지 않았다. 

 

아무튼 그랬고 어떤 기준으로 언제 면접을 보고 어떻게 뽑을 것인지 이런 내용에 대해서도 1년 내내 전.혀. 고지를 해주지 않고 일만 시키다가, 형식적인 병원 전체 면접만 보고 인터넷으로 그냥 불합격을 통보받았다.ㅋㅋ..ㅋㅋ..ㅋㅋ.

보통은 어떻나면, 자기 과에서 최소 몇년 같이 갈 식구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인턴 중순 쯤 자기 과 자체에서 면접을 보고 결과를 미리 알려줘 다른 길을 찾게 해주거나,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끝까지 경쟁을 할 것이다 라고 알려주는게 일반적이고, 이 경우에도 그 과 교수님들과 함께하는 과 자체의 면접은 본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없었고

1년 내내 '아니 지원하는 선생님들 다 비슷해서,,, 다들 좋으셔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라는 무책임한 말만 계속하고. 그렇게 끝났다. 심지어 끝나고 일 시키던 그 윗년차들은 연락도 없었다 ^^ 다시 생각해도 황당..

 

 

 

아무튼

그런데 진짜 진심으로 100퍼센트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과 일하고 싶지 않았고, 그 과가 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홀가분했는데

억울한 감정이 있다면

 

내가 이런 취급 받을 사람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처음에 우세했다면

뒤로 갈수록 

아 내가 좀 많이 부족한가..? 나 좀 별론가..?

하면서 자존감 왕이던 내가 자존감 바닥을 쳤다는 정도..?

 

 

 

이 이야기도 이제 일년을 훌쩍 넘었고,

인턴때는 혹시나 나에게 누가 될까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다!!!! 

 

아무튼 그래서  2021년 2월 나는 인턴을 마무리하구요,

2021년 3월 다른 동기들은 전공의 1년차가 될때 나는

무엇을 하게 될까요?